목회칼럼

24-03-31 00:35

안식은 어디 있을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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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월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목회 현장을 떠나 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들과 온종일 붙어 있어야 하는 것이 좋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생긴 이후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일도 아이들을 배려해 포기할 때가 많았습니다

이것 때문에 속상하고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없었습니다

딱 한 번, 아이들이 쇼핑몰 놀이터에 놀고 있을 때 커피를 마신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흥분한 아들 셋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꼭 가고 싶었던 유명한 카페에서, 독특한 물건과 책을 파는 서점에서

초대받아 간 집에서도. 아이들로 인해 집중할 수 없었고 무례한 행동으로 잔소리와 꾸지람은 계속되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은 아빠 엄마에게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야. 제발 망치지 말아줘”.

아무리 설득하고 호소해도 아이들을 막을 길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알았습니다.

어디를 가도 아빠 엄마에게는 안식이 없다는 사실을.

 

결혼하지 않는 청년들이 이해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이해되기도 했습니다

온전히 나만을 위해 살고 싶은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겠습니다

편할 것입니다. 조용할 것입니다. 신경 쓰고 긴장할 일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던컨 목사님 집을 떠나온 날, 그 집에 살고 있는 인도인 자매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너희가 떠난 후 이곳은 너무나 적막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립다.”

 

전에 서울에 컨퍼런스가 있어 23일 호텔에 머물며 참석했던 적이 있습니다

가기 전 근처 맛집을 알아보고 가볼 곳도 알아보면서 설렜습니다

첫날 저녁, 맛집으로 알려진 쌀국수집에서 식사했습니다. 그냥 그랬습니다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조용히 말씀도 읽고 영화도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아이들 사진을 보고 있었습니다

혼자 있는 그 시간이 기대했던 것만큼 즐겁지 않았습니다.

 

그때가 제일 좋은 거예요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많이 듣는 말입니다.

만일 혼자서 안식월을 보냈다면 좋았을까

아니, 아내와 단둘이 보냈다면 좋았을까

아니, 제일 말 안 듣는 큰애만 없었다면 좋았을까?

공항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없는 적막함보다는 

지지고 볶고, 웃고 울고, 화내고 화해하는 그 시간이 행복일 것이라고 말입니다

내가 정말로 기대한 안식은 시끄러운 현실 속에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