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2-05-14 22:45

집 구하기(버클랜드 비치)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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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선교사님 댁을 떠나 

처음으로 아내와 독립된 집을 구했습니다. 

항상 선교사님의 큰 집에서 

소정의 비용만 내고 편하게 생활하다가 

이제는 뉴질랜드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의미로 

우리 둘만의 힘으로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선교사님 지인인 중개사 린다의 도움을 받아 

여러 집을 구경했는데 

렌트비도 꽤 저렴하고 

바닷가가 가까운 집이 있었고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계약했습니다. 

 

작은 이층집이었는데 

윗집은 홍콩 신혼부부가 살고 있었고 

아래층이 저희가 살 집이었습니다. 

가스레인지도 2구짜리 전기스토브를 가져다 놓을 만큼 소박했습니다. 

1층은 사실 차고를 개조해서 살도록 해 놓은 곳이라 

바닥은 차가운 타일이었고 

벽은 아이보리색 페인트칠만 되어 있었습니다. 

대신 집주인이 다른 차고를 우리가 창고로 쓸 수 있게 해 주어서 

교회 물품을 모두 보관할 수 있었고 

바비큐 판에 삼겹살도 구워 먹을 수 있을 만큼 넓었습니다. 

 

이전에 인도사람이 살았던 곳이라 

카레 냄새가 빠지는데 몇 달 이상이 걸리긴 했지만 

외국에서의 첫 집이라 마냥 좋았습니다. 

 

마당에는 오렌지 나무에 열매가 수십 개는 넘게 매달려 있고 

옆에는 레몬 나무, 오른편에는 이층집 크기보다 높은 복숭아나무가 있었습니다. 

여름이 되면 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려서 

상자에 열 번을 넘게 담아 성도들에게 가져다주어도 

절반도 다 먹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달기도 정말 달아서 한국에서 아주 가끔 먹어봤던 

최상급 복숭아와 비슷했습니다. 

계절이 지나면 바닥에 떨어진 복숭아 열매씨가 

너무 많아 쌓여있을 정도였습니다. 

 

반대쪽 마당에는 피조아 라는 열매 나뭇가지가 

옆집에서 넘어와 우리 집 쪽으로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아침마다 기다렸단 듯이 한 바구니 주워담아와 

칼로 반을 갈라 키위처럼 숟가락으로떠먹었습니다. 

맛은 아주 달고 새콤한 돌배와 비슷했습니다. 

 

집에서 소소한 밥상을 차려 먹고 

마당에 놓아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한국의 커피믹스 한 잔을 마시고 

옆집에서 놀러 온 검은 고양이와 놀아주기도 하고 

일 분만 걸어 나가면 잔잔한 파도가 있는 바다를 바라보며 

한국에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기도 했습니다. 

 

오전에는 아내가 혼자 지내시는 할머니들 집에 방문해서 

샤워하는 것을 돕거나 청소기를 돌려주는 일을 했고 

그동안 저는 설교 준비를 하고 아내를 위해 점심을 준비했습니다. 

오후에는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한 시간 거리에 사는 한국인 학생들 집에 방문해서 

기타렛슨을 했습니다. 

 

해가 질 무렵, 

집에 들어가는 길에는 

일주일에 한 번 한국마트에 들려 비디오(개그콘서트,ㅇㅇ)테이프를 빌리는데, 

맛있는 저녁을 해 먹고 시청하는 것이 상당히 큰 행복이었습니다. 

 

그때는 뉴질랜드의 삶이 마냥 즐겁고 재미있기만 했었는데 

돌아보니 지금에야 하나님의 사랑이 풍성했음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지금도 저는 아주 근사한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집을 나서면 바로 사계절마다 색과 향이 다른 계룡산 수통골이 오 분 거리에 있고, 

거실에서는 유치원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의성이를 볼 수 있으며, 

막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등하교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지금의 교회에서 아주 가깝지만은 않지만 

십오 분 이내의 거리임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기에도 부족함이 전혀 없는 집입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오늘 하루 나에게 주신 하나님의 세심한 사랑과 은혜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