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뉴질랜드에서 하고 있던 카페일이 너무 고되고 힘들어서
허리가 삐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왜 이 먼나라까지 와서
이렇게 힘든 노동을 하고 있는것인가'하며 의문을 가졌다고 합니다.
아무리 자비량이라고 하지만
감당하기 힘들 만큼의 노동앞에서
본질적인 것을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뉴질랜드에서의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뜻과 계획을 다시 생각하며
큰 실수를 한 것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일을 구하기에 앞서서 하나님께 묻지도 않고
기도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
하나님의 계획과 인도하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일을 그만두고 지친 몸을 회복하며,
기도로 다음 스텝을 여쭈어보며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 땅의 한국인 이민자들을 섬기는 일을 감당하면서도
다른 모든 경험과 수고들이 헛되지 않도록 기도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뉴질랜드 벼룩신문 구인광고란에
홈케어기버(노인요양사)를 구하는 것을 보고
'아 이거다'하며
아내가 더듬거리는 영어실력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끊고서는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데
면접을 보러 와 보라는 말을 한 것 같다며
나름대로 면접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력이 될 만한 몇몇 경험과
뉴질랜드 카페에서 일한 경력을 기록하고
그것을 증명할 만한 사진 몇 장을 준비하여
뉴질랜드 침례교단에서 운영하는 BaptistAction 노인요양병원을 방문했습니다.
마치 대학교 캠퍼스같은 타운으로 들어서자
슈퍼바이져와 매니져 두명이 사무실에서
아내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직장이라면 잘 이해하고 대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이라 믿으며
긴장감을 계속 꾹꾹 누르며 참았다고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먼저 소개하고 일을 하게 되면
어떠한 일을 하게 될 것이며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조심스러운 일인지 등을
꽤 오랫동안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몇 가지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아내는 그들에게 영어로
"나는 당신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영어가 유창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제가 준비해온 것을 보면서 읽어도 되겠습니까?"라고 하자 흔쾌히 오케이라고 했답니다.
아내는 어릴 적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엄마가 일하게 되어 몸이 불편한 아빠를 간호하였고,
교회에서 장애아동 교사로 섬겨 봤기에
노인분들의 어려움과 생활의 불편함을 잘 이해하고 있고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알고, 그 일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을 읽어내려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준비한 것은 이게 다입니다"라고 말하자
면접관들은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나서는 '당신이 BBs' 카페에서 일했었다는데
그 직장에 지금 전화를 해서 몇 가지 질문을 좀 해 봐도 되겠냐'고 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슈퍼바이져는 곧 전화를 걸어 매니져로 일하고 있는
체리에게 자신을 소개한 뒤 메그(아내의 영어 이름)를 면접중인데,
그녀는 그곳에서 일을 하는 동안 어떻게 하였으며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등을 질문했다고 합니다.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체리의 목소리는 침이 마르도록
아내를 칭찬하며 당신들이 그녀를 채용하지 않으면
아주 좋은 사람을 놓치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고 합니다.
면접을 끝낸 뒤 종이 한장을 건네주며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한시간의 면접을 끝내고 나오는 아내의 얼굴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겨우겨우 알아들으려 노력했으나
어려운 면접이었다며 기가 죽어있었습니다.
공동으로 생활하는 선교하우스에 도착하여
받은 종이를 식탁에 던져두었습니다.
저녁이 되자 집으로 오신 선교사님이
면접은 잘 봤는지 물어보셨고 아내는 잘 모르겠다며
여전히 풀이 죽어있었습니다.
차를 마시려 테이블에 앉은 선교사님이
아내가 던져둔 종이 한장을 보시더니
갑자기 박장대소를 하셨습니다.
이것은 계좌를 개설할 때 필요한 서류라며
새로운 직장을 얻게 되어 축하한다며
제 일처럼 기뻐해 주셨습니다.
그 종이는 페이(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회사에서
계좌계설을 요청하는 서류였던 것입니다.
덧붙이시기를 이전에 일하던 카페에서 아내에 대한 추천이
아주 크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전에 아내가 매니저의 잘못을 조용히 덮은 것에 대하여
빚을 갚는 마음으로 면접관의 전화에 성의껏 대답해 주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새로 시작하게 된 일은 홀로 사시는 어르신 댁에
주1~3회 방문하여 말동무해드리고 고독사를 방지하는 일과
청소를 해주거나 목욕할 때 넘어지지 않는지
지켜보기는 쉬우면서도 중요한 일을 맡게 된 것입니다.
어린 아내가 현지인 직장에서 일을 구한 것이
저에겐 아주 기쁘고 대견하기까지 했습니다.
후에 이 일을 한 경력은 현지인 교회에서 사역하게 되는
발판이 되어주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인생에 개입하시며,
우리가 그분의 뜻 가운데 서려고 노력할 때
항상 길을 열어주시는 분이심을 경험하는 사건이었습니다.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