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구입하기
2003년 아내와 결혼하고 뉴질랜드에 다시 들어갔을 때였습니다.
이민을 가면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이 통장개설과 차를 사는 일입니다.
그 나라는 대중교통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기에 반드시 차를 사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한 달 동안 기도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돈은 정착금으로 다 써버리고
앞으로의 한 달 생활비를 빼고 남은 돈 200만원.
그 가격에 맞고 개척교회를 섬기기에 적합한 좋은 차를 달라고 기도한 후,
쩌렁쩌렁 시끄럽게 울려대는 자동차 경매장으로 갔습니다.
차를 구매하기 전 약 200대의 차들을 둘러보며 시운전도 해보고
꼼꼼히 살펴보며 정합니다.
어떤 차는 시동도 걸리지 않거나,
20만 킬로를 넘겼거나,
카시트가 다 뜯어져 폐차장에 갈법한 상태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고른 차는 세 대였습니다.
서툰 영어 탓에 귀를 쫑긋 세우며
긴장감과 함께 경매는 시작됐고
우리가 골라놓은 차가 한 대 올라왔습니다.
아쉽게도 더 높은 가격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예상했던 가격으로는 손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도 그랬고 마지막 세 번째도 다른 사람에게 낙찰되자
당황한 아내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의 눈물을 보니 속상한 마음에 화를 냈습니다.
그게 뭐라고 우냐고 하자
아내가 그럼 당장 다음 주부터 차가 없어서
오늘 꼭 사야 했는데 이젠 어떡하냐고 말하기에
저도 홧김에
그러면 그냥 아무거나 사버리라고 하며
마침 그때 경매로 올라온 난생 처음 본 차를 사겠다고 손을 들어버렸습니다.
경매사가 더 이상 구매하실 사람이 없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누군가 또 손을 들겠지 생각했습니다.
'제발 누가 들어라. 다른사람이 사겠다고 해라....'
하지만 그 시끄럽던 곳에는 정적만 흘렀습니다.
경매봉을 들고 있던 경매사는 "쓰리...투..... 원!!!!" 으로
정적을 깨고 나를 바라보며 콩쿨레츌레이션을 외쳤고
경매봉을 탕탕탕.
그 순간 아내와 저는 서로 바라보며 눈으로 말했습니다.
'망했다'
아무도 사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건 차가 형편없다는 말인데
그런 차를 낙찰받았다니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낙찰받은 자동차 서류에 싸인을 하고
울고 있는 아내와 함께
터덜터덜 그 차를 몰고 집으로 왔습니다.
다행히 차는 굴러갔습니다.
세차를 해보면 좀 정이 들겠지? 하며 구석구석 닦았습니다.
마침 차를 잘 아시는 선교사님이
그 차를 여기저기 한참을 살펴봐 주셨는데
어떻게 이렇게 좋은 차를 샀냐며 놀라셨습니다.
그 차는 포드사 팔콘이라는 대형 웨건으로
3900cc 의 강한 힘을 가져서
주행할 때 휘발유 게이지 눈금이 한 칸 한 칸 떨어지는게 보일 정도로 기름을 많이 먹는데
다행히도 LPG로 개조하여 아주 경제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고
심지어 짐이 많이 들어가서
개척교회에 아주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선교사님 말대로
그 차는 주일마다 강대상부터 대형밥솥까지
가득가득 많은 짐을 나르는 데 쓰였고
단 한 번의 고장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경매장에서 다투는 동안
하나님은 그렇게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고 계셨습니다.
하나님은 최고이십니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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