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2-05-01 00:01

사랑니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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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

 

"어머!! 자기야 이빨이 아파 아프다고!!"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아내가 이빨이 아프다고 

나서 소리쳤습니다. 

이빨이 아프다며 기뻐하는 사람은 못 보셨을 것입니다. 

어떤 상황인지 시간은 거슬러 3개월 전으로 올라갑니다. 

 

뉴질랜드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한지 5개월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아내가 당시에 24살이었는데 어느날 이빨이 아프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불편하다고 하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통증부위가 퍼져 턱 전체가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하였습니다. 

 

한국이었으면 바로 병원에 갈 수 있었겠지만 

뉴질랜드에서는 병원을 가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였습니다. 

한국교포가 운영하는 치과를 알아내서 

예약 일주일 후에 겨우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내의 통증은 사랑니가 앞의 어금니를 밀고 있어서 생긴 것이며 

발치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전신마취하고 잇몸을 절개해야 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삼천불(약22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하였습니다. 

저희는 고개를 떨구고 크게 상심하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중고차도 겨우 구매했는데 그 이상의 치료비라니 한숨만 나왔습니다. 

아내는 애써 밝은 얼굴로 괜찮다며 얼음찜질을 하며 눈물을 숨겼습니다. 

저는 차를 팔아서라도 치료할까? 

돈을 빌려와야하나 한국에 들어가서 치료를 하고 나올까? 

런저런 여러가지 고민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주 교회 기도모임시간에 기도제목을 올리며 사정을 알렸습니다. 

비자 문제로 이미 지불된 비행기 티켓으로 

3개월 후에 한국에 잠시 들어가야 하는데 

그때까지 통증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주님께서 도와 달라는 기도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기도제목이었습니다. 

어떡해서든 참아보겠다는 의지였지 

사실 아무런 대책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사랑니 통증과 사랑니의 존재가 

우리 기억에서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 후로 병원도 약국도 갔던 적이 없었습니다. 

아내도 모르던 사이에 

사랑니 통증은 거짓말같이 멈췄고 

한국에 들어가서 치과를 갈 계획도 일정에 넣지 않은 것을 보면 

새까맣게 잊을 만큼 불편함조차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건 분명 하나님께서 그 날로 통증을 멈춰주셨던 것이라 믿습니다. 

 

3개월이 지나 공항에 도착한 그 날, 

잊었던 그 통증이 다시 시작됨으로써 

아내는 자신이 사랑니 때문에 기도제목을 올렸던 것과 

얼음찜질까지 했었다는 것이 그제야 떠올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내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3개월 전과 너무도 똑같은 사랑니 통증을 느끼며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로 그렇게 소리치며 좋아했던 것입니다. 

 

아내는 다음날 바로 치과에 가서 

6만원의 치료비를 내고 사랑니를 발치했습니다. 

 

하나님은 때로는 겸손하시게 그분의 능력을 펼치실 때가 있으시며 

먼 이국땅에서 지극한 사랑으로 우리를 돌봐주심을 경험하는 사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