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5-04-07 21:34

기억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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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애가 어제부터 기다리던 

컬림바라는 악기가 오늘 오후 늦게 도착했습니다.

학교 준비물이라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그게 뭐라고, 큰애는 어제부터 언제 오냐며 기다렸습니다. 

 

“얼마야?” 물으니, “2만 원 조금 넘어요.” 

“이것도 사주지 못하는 부모님도 있겠지…”라고 말했더니,

아내는 “요즘 그런 가정이 어디 있어?”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듣는데, 문득 중학교 때 생각이 났습니다.

미술 준비물을 챙겨오라는 날이었는데, 

저는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친구의 집 보증을 섰다가 

그분 사업이 부도 나면서 우리 집도 많이 어려워졌던 시기였습니다.

준비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저는 부모님께 말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교실 밖으로 쫓겨나 복도 청소를 하게 됐습니다.

“깜빡했어요”라고 둘러댔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복도로 나온 선생님은

“바닥이 반짝반짝하네” 하시며 웃으셨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 비싼 것도 아닌데, 왜 말하지 못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형원이 성격을 보면 알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부모 마음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었겠지요.

2만 원 짜리 작은 악기지만,

부담 없이 사줄 수 있는 여유가 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래도, 혹시나…

그때의 저처럼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는 아이가 또 있진 않을까,

마음 한켠이 무거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