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에도 이 증상을 겪은 분이 있어서 더 조심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어지럼증을 겪어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그 고통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요.
다행히 아내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 제 고통을 어느 정도 이해해줍니다.
며칠 전, 아이들과 함께 봄꽃을 보러 산책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큰아이가 다소 예기치 못한 행동을 보였고,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마음이 격해졌습니다.
그때, 아내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혹시 그 아이의 마음에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무게가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때?”
저를 다독이는 말이었지만, 제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렸습니다.
그 아이는 어릴 적부터 어딘가 조금은 ‘다르게’ 보였습니다.
무엇이 부족한지 말로 표현하긴 어려웠지만, 늘 그 빈틈을 메워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어떤 영역은 부모가 아무리 애써도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아이를 돕는 데도, 제 자신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요즘, 제가 어지럼증으로 고생하며 한 가지를 새롭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 아이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어지러움’ 속에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생각을 하자 제 마음의 방향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 아이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에서
‘이 아이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로요.
아이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함께 걸어가야 할 존재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존재를 이해해가는 중입니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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