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때문인지 생일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세 아이는 한두 달 전부터 자기 생일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런 아이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선물도 준비하고 파티도 하게 됩니다.
나이 50이 넘어 생일을 기다리고 챙기는
제 모습이 우습기도 합니다.
어디서 뭘 먹을까? 인터넷을 뒤지며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도 아빠 생일을 기다리며
“한주 남았네” “삼 일 남았네” “내일이네”
하는 소리가 듣기 좋았습니다.
늘 무심히 넘어가던 생일이 기다려져 행복했습니다.
생일날은 바쁠 것 같아 미리 외식했습니다.
아이들 좋아하는 식당에 가서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생일 당일,
케이크를 사서 초도 불고 축하 노래를 들어야 하는데,
그만 아내가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습니다.
외식한 것이 체한 것 같습니다.
큰 애는, “아빠 생일날이 장례식 같네”,
아쉬워하는 말인데, 웃기기도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어서
혼자 웃었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아이가 되어갑니다.
순박해지고 단순해 집니다.
별것 아닌 것에 설레기도 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이렇게 52번째 생일이 끝났습니다.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내일은 꼭 케이크를 사서
초도 불고 축하 노래도 불러야겠습니다.
얼마나 기다린 생일인데
이렇게 지나갈 수는 없습니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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