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4-03-04 03:42

오클랜드에서의 한주

관리자
댓글 0

495fea8bcea0a8b5c0884175169595a0_1709491
이번 한 주는 뉴질랜드에서의 한달 휴식의 준비 과정이었습니다. 

제일 필요한 것은 차. 

미리 오클랜드 공항에 예약해 둔 터라 걱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업체 직원은 상당 금액의 운전면허증 번역비를 요구했습니다. 제 것은 영문으로 되어 있는 국제면허라 번역이 필요 없음에도 이런저런 요구를 하여 금액을 올리려 한 것입니다. 한국에서 예약할 때 워낙 싸게 나온 차라 좀 이상하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미끼를 던져 속일 줄은 몰랐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렌터카업체를 찾아갔고 남은 차량들은 트럭 뿐이었고 예상한 가격의 두 배 이상이었습니다. 외국어로 문의하느라 정신없는 그 와중에 아이들은 짐가방을 가지고 놀면서 공항을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결국 짐 하나를 잃어버렸습니다. 또한 예상하지 않았는데 피터 할아버지(89세)께서 마중 나와 계셨고 4시간을 기다렸다며 기쁨의 상봉까지 했습니다. 저는 이런 여러가지 돌발적인 상황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일단 남은 트럭을 토요일까지만 빌리기로 했습니다. 아내가 계약을 하는 동안 저는 가방을 찾으러 동분서주했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안내데스크에 문의 한 후 공항 밖에 있는 분실물 센터로 향했습니다. 엄청난 짐과 다섯 식구 그리고 피터할아버지와 함께 대거 이동하였습니다. 가는 동안 ‘가방을 못 찾아도 너무 속상해하지 말자’며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그렇지만 오랜 기간 기도하며 준비했는데 공항에서부터 꼬인다고 생각하니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순간 분실물 센터에 들어갔던 아내는 환하게 웃으며 잃어버린 가방을 끌고 나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차 문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토요일까지는 예산 금액의 차를 빌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쓸만한 차량은 너무 비쌌고 결국 중고자동차 경매장에서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예약한 차를 보러 갔을 때 직원은 우리가 예약한 차들은 거의 폐차를 앞둔 안전하지 않은 차들이라며 너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안전하게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옳은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걱정되는 것은 금액. 

 

목요일. 아내는 뉴질랜드 교민인터넷 사이트에 ‘2000불에 한 달 동안 차를 빌려주실 분을 찾습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쓴 글은 규정상 어긋난다며 즉각 삭제되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누군가 글을 읽었고 전화가 왔습니다. 안쓰는 큰 차가 있는데 빌려주겠다는 것입니다. 안전검사도 오전까지 해 두시겠다며 다음날 바로 오셔도 좋다고 하여 반신반의하며 차를 받으러 갔습니다. 뉴질랜드에 온 지 8년 차 된 한국인 의사 선생님 이셨습니다. 인상도 너무 좋으신 선생님은 저희에게 편하게 쓰라며 차 키를 건네주었습니다. 아내의 카톡방에 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빌려주고 싶었답니다. 역시 크리스천이었습니다. 

다른 한편 그 전날은 카시트가 없어서 대여를 알아보러 하루종일 발품팔아 찾아다니다가 무료로 주시겠다는 또다른 한국 분을 만난 일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한 주 동안 컴퓨터보다 더 정확한 하나님의 세밀한 손길을 체험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세밀한 인도와 도우심이었습니다. 

저희는 다음 주 월요일까지 피터 할아버지 집에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너와 너의 교회를 위해 날마다 기도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너희의 방문은 자신의 오랜 기도의 응답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어쩌면 이 시간은 이 땅에서 할아버지와의 마지막 만남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없이 소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