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네이피어에 있는 던컨 목사님 집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오클랜드에서 남쪽으로 4시간 거리의 동해바다를 끼고 있는 따뜻한 도시입니다.
9년 만에 목사님 댁에 오게 되었는데 이전과는 다르게 적막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때에는 홈스테이 하는 일본인, 중국인 학생들,
던컨 목사님 부부 그리고 저희 부부가 항상 저녁식사를 함께 하였습니다.
주방에서 자기 나라 요리를 만들어 음식을 차려먹으면서 대화하며
그렇게 즐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도인 부부와 스리랑카 대학생이 머물고 있는데
잠깐 인사만 할 뿐 교제를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팁 사모님도 매우 바쁩니다. 직장 일로 아침 일찍 나가 저녁에 들어옵니다.
던컨 목사님은 언제부터인가 하루에 점심 한 끼만을 드시기 때문에
예전처럼 다같이 식사할 기회를 가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건강을 위해 그렇게 하시긴 하지만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예전에 던컨목사님과 함께 살 때 가장 좋았던 것이 저녁 식사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팁 사모님은 태국 음식을, 일본인 친구들은 텃밭에서 직접 키운 것들로 일본 요리를,
그리고 저는 주로 디져트를 만들었습니다.
주방을 마당에 하나 더 만들만큼 목사님 부부는 요리를 즐겨하셨고
먹는것도 중요하게 생각하셨습니다.
그 시간에만이 어색함을 무릅쓰고 하루종일 있었던 일들을 서로 묻고 답하며
억지로라도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기회였습니다.
친해진 뒤에는 긴장이 풀리고 서로 웃고 떠들며 관심을 가져주고 기도해 주는
의미있는 관계로 확장되곤 했습니다.
이러한 교제의 중심에는 언제나 식사가 있었습니다.
오래전 부목사 시절 장례식 위로 예배를 인도하러 갔을 때입니다.
워낙 일정이 바빴던 터라 예배만 드리고 곧장 교회로 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경조를 담당하셨던 장로님께서 귓속말로
“목사님, 식사까지 해야 조문입니다”
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아! 그렇구나!’
그때 배웠습니다. 유가족을 위로하는 과정에서 식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코로나 이후 많은 교회들이 예배 후 식사교제를 하지 않습니다.
이런 저런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식사 교제는 예배의 한 부분임을 우리는 초대교회를 통해 배웠습니다.
식사까지 해야 조문인 것처럼, 식사까지 해야 예배입니다.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
(사도행전 2:46-47)
초대교회 성도들의 모임에서 식사 교제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이 예배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식구(食口)인 것은 함께 음식을 먹기 때문입니다.
성도들은 함께 하나님 나라의 식구(食口)입니다.
오늘도 주일 예배 후 당번 성도님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함께 차리고,
먹고, 정리하면서 주님이 주신 우리의 형제 및 자매들과 풍성하고 뜨거운
사랑의 교제를 나누시는 성도님들 되시길 바랍니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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