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4-02-05 23:09

책을 버리며 깨달은 것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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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책들을 정리했습니다.

대부분 신학 서적입니다.

언젠가 보겠지?’ 하며 책장에 있던 것인데 마음먹고 정리했습니다.

다른 것은 잘 버리는데 책은 이상하게 버려지지 않습니다.

약간의 허세와 욕심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읽지도 않는 책인데도 책장에 있으면 왠지 뿌듯하고

책 많이 읽는 목사가 되고 싶은,

아니 그렇게 보이고 싶은 것이 아닌지.

어려운 책이나 원서들도 있는데 꼭 읽어야지 하며 수십 년이 흘렀습니다.

과연 앞으로 읽게 될까? 생각하면 자신이 없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책장을 보니 영어에 관련된 서적도 꽤 많네요.

언제가 필요할 것 같아 책장 가득 채워져 있는데,

이것 또한 과연 필요할지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아내 책 중에는 수학 정석과 중학생들이 보는 월간 과학 서적들이 많은데

이 또한 생각해 보면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때를 그리워하는 마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책을 보면 졸려서 열 장 넘기기가 어렵습니다.

아이들 키우며 장편소설은 거의 읽지 못했고,

단편 소설이나 수필은 좀 읽습니다.

필요한 정보들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얻을 때가 많습니다.

재미도 있고 쉽게 설명해 줍니다. 일단 졸리지는 않으니까.

 

학생 때 광화문 교보문고나 종로서적에 가는 것이 취미일 때가 있었습니다.

서점에 있으면 왠지 박식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 그 허세가 지금까지 지속되어 보지 않는 책을 쌓아두었던 것입니다.

 

어제 책을 버리면서 알았습니다.

나의 허세와 욕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