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책들을 정리했습니다.
대부분 신학 서적입니다.
‘언젠가 보겠지?’ 하며 책장에 있던 것인데 마음먹고 정리했습니다.
다른 것은 잘 버리는데 책은 이상하게 버려지지 않습니다.
약간의 허세와 욕심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읽지도 않는 책인데도 책장에 있으면 왠지 뿌듯하고
책 많이 읽는 목사가 되고 싶은,
아니 그렇게 보이고 싶은 것이 아닌지.
어려운 책이나 원서들도 있는데 꼭 읽어야지 하며 수십 년이 흘렀습니다.
과연 앞으로 읽게 될까? 생각하면 자신이 없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책장을 보니 영어에 관련된 서적도 꽤 많네요.
언제가 필요할 것 같아 책장 가득 채워져 있는데,
이것 또한 과연 필요할지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아내 책 중에는 수학 정석과 중학생들이 보는 월간 과학 서적들이 많은데
이 또한 생각해 보면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때를 그리워하는 마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책을 보면 졸려서 열 장 넘기기가 어렵습니다.
아이들 키우며 장편소설은 거의 읽지 못했고,
단편 소설이나 수필은 좀 읽습니다.
필요한 정보들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얻을 때가 많습니다.
재미도 있고 쉽게 설명해 줍니다. 일단 졸리지는 않으니까.
학생 때 광화문 교보문고나 종로서적에 가는 것이 취미일 때가 있었습니다.
서점에 있으면 왠지 박식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 그 허세가 지금까지 지속되어 보지 않는 책을 쌓아두었던 것입니다.
어제 책을 버리면서 알았습니다.
나의 허세와 욕심을.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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