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3-10-08 00:29

트로트가사처럼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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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계룡대에서 열리는 군문화축제에 가자는 희수의 성화에 못 이겨 다녀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하늘에서는 블랙이글스의 비행쇼가 펼쳐졌습니다.

비행쇼가 끝나고 돌아다니다 우연히 개막식 공연에 입장하게 되었습니다.

막 시작했던 터라 정신없이 공연장을 가로질러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일단 앉았는데 사방에 똑같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손에는 야광봉을 들고 있었습니다.

트로트 가수 장민호씨의 팬클럽이었습니다.

희수와 저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멀 둑이 앉아있었습니다.

 

각국에서 온 군악대의 연주, 군사경찰 퍼레이드, 태권도 공연 등 볼거리가 다양했습니다.

저는 빨리 가고 싶었지만, 희수가 재밌어하는 터라 하루를 희생하자 생각하고 함께 구경했습니다

연예인들이 등장할 때마다 환호성에 귀가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드디어 트로트 가수 장민호씨가 등장하자 제 주변에는 난리가 났습니다.

잘생겼어요” “사랑해요” “멋있다등 고함에 짜증이 났습니다.

제가 놀란 것은 팬클럽 중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도 많았다는 것입니다

70세 이상은 돼 보였습니다

최근 트로트가 인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두 번째 곡이 시작될 때 저는 처음으로 트로트에 감동하였습니다.

제목은 신발끈‘.

바람 없는 들판 있을까 

파도 없는 바다 있을까

누구나 똑같은 세상이니까 한숨 푸념은 이제 그만

씨앗 뿌려 하루 만에 꽃이 피더냐 

꽃망울 하나에 두 꽃이 피더냐

가는 길 험해도 나는 또 걸어간다 

어느 날 웃었다 또다시 운다 해도

인생길에 신발끈 풀려 주저앉아도 

다시 묶고 일어나 떠나야지

 

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파고들었습니다.

! 이래서 트로트를 좋아하는구나!”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랫말이 감동을 넘어 위안을 주기까지 했습니다.

팬클럽 70대 어르신의 마음이 이해되었습니다.

그 노래가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힘을 주기도 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지금,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와 격려가 아닐까?

분석하고 따지고 평가하는 말이 아니라, 이해하고 공감하는 말이 아닐까?

트로트를 부르지는 못하지만

가사에 담긴 따듯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