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사랑에 숨겨진 비밀
아침의 화창한 햇살을 받으며 낡은 차고에서 묵직한 강대상과 앰프 그리고 대형 밥솥을 차 트렁크에 싣습니다. 아내가 끓인 미역국이 닮긴 곰솥도 조심스레 실었습니다. 출발과 함께 주일 아침은 그렇게 시작 됩니다. 십여분 달리면 한 주에 60불(오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빌린 공공 체육관 건물이 나옵니다. 도착하면 실었던 짐을 하나 하나 꺼내 놓습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양복과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렇게 짐을 싣고 내린 후 예배 셋팅하고 성도들을 기다립니다.
작은 세미나실에 하나 둘 한인 식구들이 들어섭니다. 한국 김치와 밥을 먹으려고 멀리서 버스를 타고 온 유학생들, 이제 막 이민을 와서 걱정과 두려움에 종교와 상관없이 오시는 가정, 아들의 어려움으로 학구열을 피해 피신오신 대치동 어머니, 저의 동역자였던 친구가정, 뉴질랜드에 첫 발을 내딛을 때부터 지지해주셨던 선교사님 가정 그리고 아버지와 같은 나의 선생님 던컨목사님. 이렇게 모이면 예배는 시작 됩니다. 작은 세미나실의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예배드리면, 멀찍이 구석에서는 아이들이 방해가 되지 않게 소곤소곤 공과공부를 합니다. 축도로 예배가 끝나면 카페테리아에서 여성도님들이 서로 가져온 반찬들과 아내가 준비한 미역국 그리고 가장 귀한 김치뚜껑이 열리면서 풍성하고 즐거운 식탁교제로 예배는 꽃을 피웁니다.
그 속에서 유학생들은 엄마의 밥상에 대한 그리움을 채웠고, 어떤 이는 타국에서 눌렸던 자신감을 회복했고, 어떤 이는 한국사회에 저버린 기대와 실망감을 위로받았고, 어떤 이는 영적침체기에 있는 뉴질랜드 땅에 대한 비전을 품기도 했습니다. 모두들 다양한 사정과 동기로 본국을 떠나 뉴질랜드에 왔지만 공통적으로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예배 자들로 새로운 공동체가 세워졌습니다.
기쁜우리교회도 서로 다른 이유들로 이전의 교회를 떠나 하나의 공동체로 만났습니다. 또 누군가는 주님을 만나 첫 신앙생활을 시작한 분도 계십니다. 그 사정이 무엇이던 우리모임의 목적은 하나입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예배는 어떤 모습이며 어떠한 공동체로 세워지길 기뻐하실까요? 바로 공동체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 안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을 이루게 됩니다.
만나면 은혜를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며, 안부를 묻고 형편을 살피는 것, 용기와 힘을 주며 기도해 주는 사랑의 모습들이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는 공동체 예배의 모습입니다. 서로를 향한 사랑 안에서 하나님은 신령한 젖을 부워주십니다. 단지 목사의 설교나 개인적인 말씀 묵상만이 아닌 공동체의 사랑속에서 풍성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하시며 은혜를 체험하게 하십니다. 그래서 공동체의 교제는 하나님과의 교제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주님이 맺어주신 형제자매입니다. 머리되신 그리스도의 지체입니다. 동시에 동역자입니다. 이것을 잊지 말고 만나면 말씀의 은혜를 나누고, 서로의 형편을 물어보며 위로하고, 용기와 힘을 주며 기도해 줄 수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 이로써 우리가 진리에 속한 줄을 알고 또 우리 마음을 주 앞에서 굳세게 하리니"요일3:18-19
지금은 팬데믹 상황으로 교제가 소홀이 되기 쉽습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더욱 서로를 돌아봅시다. 전화로 문자로 때로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4명 정도 만나서 식사도 하시기 바랍니다. 부부도 떨어져 지내면 마음이 멀어지는 법입니다. 교회에 오셨을 때 눈인사만 하지 마시고 안부도 물으시고, 차 한 잔 마시는 동안은 어색함을 감수하며 단 오 분이라도 머물다가 가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친숙함은 싹을 틔우며 마침내 사랑을 꽃피울 것이며 그 꽃은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으시는 예배가 될 것입니다.
2022년 1월 9일 심지형목사의 목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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