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2-04-24 00:41

중고차 구입하기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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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구입하기

2003년 아내와 결혼하고 뉴질랜드에 다시 들어갔을 때였습니다. 

이민을 가면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이 통장개설과 차를 사는 일입니다. 

그 나라는 대중교통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기에 반드시 차를 사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한 달 동안 기도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돈은 정착금으로 다 써버리고 

앞으로의 한 달 생활비를 빼고 남은 돈 200만원. 

그 가격에 맞고 개척교회를 섬기기에 적합한 좋은 차를 달라고 기도한 후, 

쩌렁쩌렁 시끄럽게 울려대는 자동차 경매장으로 갔습니다. 

 

차를 구매하기 전 약 200대의 차들을 둘러보며 시운전도 해보고 

꼼꼼히 살펴보며 정합니다. 

어떤 차는 시동도 걸리지 않거나, 

20만 킬로를 넘겼거나, 

카시트가 다 뜯어져 폐차장에 갈법한 상태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고른 차는 세 대였습니다. 

 

서툰 영어 탓에 귀를 쫑긋 세우며 

긴장감과 함께 경매는 시작됐고 

우리가 골라놓은 차가 한 대 올라왔습니다. 

아쉽게도 더 높은 가격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예상했던 가격으로는 손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도 그랬고 마지막 세 번째도 다른 사람에게 낙찰되자 

당황한 아내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의 눈물을 보니 속상한 마음에 화를 냈습니다. 

그게 뭐라고 우냐고 하자 

아내가 그럼 당장 다음 주부터 차가 없어서 

오늘 꼭 사야 했는데 이젠 어떡하냐고 말하기에 

저도 홧김에 

그러면 그냥 아무거나 사버리라고 하며 

마침 그때 경매로 올라온 난생 처음 본 차를 사겠다고 손을 들어버렸습니다.

 

경매사가 더 이상 구매하실 사람이 없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누군가 또 손을 들겠지 생각했습니다. 

'제발 누가 들어라. 다른사람이 사겠다고 해라....' 

하지만 그 시끄럽던 곳에는 정적만 흘렀습니다. 

경매봉을 들고 있던 경매사는 "쓰리...투..... 원!!!!" 으로 

정적을 깨고 나를 바라보며 콩쿨레츌레이션을 외쳤고 

경매봉을 탕탕탕. 

 

그 순간 아내와 저는 서로 바라보며 눈으로 말했습니다. 

'망했다'

아무도 사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건 차가 형편없다는 말인데 

그런 차를 낙찰받았다니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낙찰받은 자동차 서류에 싸인을 하고 

울고 있는 아내와 함께 

터덜터덜 그 차를 몰고 집으로 왔습니다. 

 

다행히 차는 굴러갔습니다. 

세차를 해보면 좀 정이 들겠지? 하며 구석구석 닦았습니다. 

마침 차를 잘 아시는 선교사님이 

그 차를 여기저기 한참을 살펴봐 주셨는데 

어떻게 이렇게 좋은 차를 샀냐며 놀라셨습니다. 

그 차는 포드사 팔콘이라는 대형 웨건으로 

3900cc 의 강한 힘을 가져서 

주행할 때 휘발유 게이지 눈금이 한 칸 한 칸 떨어지는게 보일 정도로 기름을 많이 먹는데 

다행히도 LPG로 개조하여 아주 경제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고 

심지어 짐이 많이 들어가서 

개척교회에 아주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선교사님 말대로 

그 차는 주일마다 강대상부터 대형밥솥까지 

가득가득 많은 짐을 나르는 데 쓰였고 

단 한 번의 고장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경매장에서 다투는 동안 

하나님은 그렇게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고 계셨습니다. 

하나님은 최고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