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2-01-16 02:10

여행자의 기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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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겨울, 

아내와 함께 3개월의 일정으로 

뉴질랜드를 여행하기로 계획한 그때부터 

기대와 설렘으로 이미 여행을 시작한 것 마냥 들떠 있었습니다. 

 

커다란 여행가방 두 개에 이곳 계절과 반대인 여름옷을 담고 

낚싯대부터 여름 바캉스에 필요한 것들까지 모두 다 채워 넣었습니다. 

출발하는 날엔 대전에 폭설이 내렸는데 

인천 공항을 떠나 12시간의 비행 후에 도착한 오클랜드 공항에서는 

반바지를 입고 서핑을 하는 대형 산타가 우리를 맞이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여행은 설레고 신나고 흥분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즐거움은 단 2주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캠핑카로 하는 여행이어서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마다 

캠핑카를 주차하여 잘 곳을 찾아야하는 부담감을 가져야했고, 

우리가 예상했던 뉴질랜드의 여름은 온데간데없고 

패딩을 입고 이불을 덮어야할 정도로 추웠습니다. 

 

그렇게 여행은 어느덧 생존이 되어가고 있었고 

여행의 즐거움 대신 긴장과 두려움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샤워시설이 없어서 사나흘 씻지 못하기도 했고, 

인적도 드문 곳의 멋진 경치를 보러 갔다가 바퀴가 빠지기도, 

성탄 전날 밤 근사한 식사를 하고 잠시 바람을 쐬고 돌아왔는데 

차키를 안에 둔 채 문이 잠기어서 세 시간을 밖에서 떨기도 했고, 

어떤 장소에서는 피를 빨아먹는 샌드플라이떼가 

차에서 사람이 나오기만을 도사리고 있어서 

하룻밤동안 차안에 갇혀 지내기도 했고, 

어느 곳에서는 호숫가 곁에 겨우 잘 곳을 찾아 주차했는데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물속으로 차가 휩쓸려 들어갈 것 같은 공포에 밤을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그때 죽는 것보다 더 두려웠던 것은 

누가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발견도 되지 않을만한 곳이었기에 

가족들에게조차 알려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염려였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생존을 하게 되면서 

3개월 일정을 2개월로 줄이고 

남은 기간은 던컨목사님 댁에서 보내는 것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저는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와서 

천천히 그 시간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새로운 경험에 즐거운 순간들, 인종차별로 화나는 상황들, 

거대한 자연 앞에서 공포에 떨었던 시간들 

모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다만 여행을 하면서 후회되는 것 한 가지가 있었다면 

그것은 여행의 목적을 즐거움으로 잡았던 것입니다. 

기대했던 즐거움 대신 두려움과 불편함 

또는 예기치 못했던 사고들과 맞닥뜨렸을 때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라는 생각과 함께 

집을 그리워하며 

그때부터는 여행이 더 이상 여행이 아니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여행을 이후로 

저는 여행지에가면 먼저 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불러 모아 

"우리는 어느 곳에 가든지 무엇을 하던지 

하나님을 예배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도 함께 예배드리자"하며 찬송을 하고 성경말씀을 읽습니다. 

 

여행에서 즐거움만을 기대했던 '여행자'는 

어려운 일들이 닥쳤을 때 

몹시 당황스럽고 이겨나가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여행 중에서도 

여전히 하나님을 예배하는 '예배자' 역할을 이어 나갔다면 

어떠한 상황도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인정하면서 

담대하게 감당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때마다 일하시는 하나님의 능력과 

위로와 보호하시는 손길을 경험했지만 

염려와 두려움 속에서였습니다. 

 

'예배자'는 평안함과 기대 속에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들을 지켜보게 됩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 땅에는 즐거움만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인생에는 불현듯 다가올 어려움들이 존재합니다. 

인생의 기대를 즐거움이나 성공에 두는 대신 

'하나님을 예배하는 삶'으로 목적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인생의 마지막 자락에서 

긴 여행을 혼자가 아닌 하나님과 동행했음에 

참 좋은 시간이었다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